우리는 어릴 때부터 채소를 많이 먹어야 건강하다는 말을 반복해서 들어왔다.
텔레비전이나 건강 프로그램에서도 식이섬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야기는 빠지지 않는다.
변비 예방, 장 건강, 혈당 조절까지 거의 만능처럼 설명되기도 한다.
그런데 한 가지 의외의 사실이 있다.
생리학적으로 보면 식이섬유는 필수 영양소가 아니다.
더 나아가 탄수화물 자체도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영양소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이 말을 처음 들으면 대부분 놀라게 된다.
“채소를 안 먹어도 된다는 뜻인가?”
“그럼 식이섬유는 왜 좋은 거지?”
이런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식이섬유가 정확히 무엇인지, 우리 몸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왜 ‘좋다’는 말과 ‘필수는 아니다’라는 말이 동시에 존재하는지 차근차근 정리해 보려고 한다.

식이섬유는 정말 몸에 꼭 필요할까?
채소와 과일, 통곡물은 건강식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특히 식이섬유는 장 건강에 좋고 반드시 섭취해야 하는 영양소처럼 알려져 있다.
많은 건강 프로그램에서도 식이섬유 섭취를 강조한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생리학적으로 보면 식이섬유는 ‘필수 영양소’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말은 식이섬유가 쓸모없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과 실제 영양학의 개념 사이에는 생각보다 차이가 있다는 의미다.
이 차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식이섬유가 무엇인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식이섬유는 무엇인가?
탄수화물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 단당류 : 포도당처럼 가장 기본적인 형태
- 이당류 : 설탕처럼 단당류 두 개가 결합한 형태
- 다당류 : 전분처럼 여러 개가 연결된 형태
전분이나 글리코겐은 우리 몸에서 소화되어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다당류 중에는 소화 효소로 분해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이것이 바로 식이섬유다.
식이섬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 수용성 식이섬유 : 물에 녹는 형태(감귤류, 사과, 바나나 등 과일류, 해조류, 귀리, 보리, 견과류 등)
- 불용성 식이섬유 : 물에 녹지 않는 형태(팥, 녹두, 대두 등의 콩류, 정제하지 않은 곡류, 고구마, 감자, 옥수수, 시금치, 부추, 버섯 등)
공통점은 사람의 소화 효소로 분해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대부분 흡수되지 않고 장을 통과해 배출된다.
소화되지 않는 물질이 많으면 어떻게 될까?
식이섬유의 특징을 이해하기 쉬운 사례가 있다.
한 해외 유튜버가 고양이 배설물 커피인 인간 루왁커피를 만들겠다고 커피 생두를 다량으로 먹었다가 장이 막혀 수술을 받은 사건이 있었다.
커피 생두에는 불용성 섬유질이 매우 많다.
소화되지 않는 물질이 대량으로 장에 남으면 물리적으로 막힘이 생길 수도 있다.
물론 일반적인 식사를 통해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 다만 이 사례는 “소화되지 않는 물질이 많을수록 무조건 좋다”는 단순한 생각이 항상 맞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필수 영양소란 무엇인가?
영양학에서 필수 영양소라는 개념이 있다.
필수 영양소란 몸에서 스스로 만들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음식으로 섭취해야 하는 영양소를 말한다.
대표적인 것이 다음과 같다.
- 필수 아미노산
- 필수 지방산
- 일부 비타민과 미네랄
그런데 탄수화물은 필수 영양소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유는 우리 몸이 포도당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당신생(gluconeogenesis)이라고 한다.
단백질이나 지방을 이용해 필요한 포도당을 생성하는 과정이다.
또한 지방이 분해되면서 생성되는 케톤체는 뇌를 포함한 여러 조직에서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수 있다.
즉, 생존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탄수화물 섭취가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
실제 사례로 보는 탄수화물 섭취
의학적으로도 장기간 단식 사례가 보고된 적이 있다.
극도의 비만 환자가 의료진의 관리 하에 장기간 단식을 진행했고, 비타민과 전해질만 보충하면서도 생존한 사례다.
이 사례는 탄수화물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도 인체가 에너지 대사를 통해 일정 기간 생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물론 이런 극단적인 상황은 일반적인 생활과는 전혀 다르며, 따라 해서는 안 된다.
다만 인체가 생각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은 흥미로운 부분이다.
그렇다면 식이섬유는 필요 없는가?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다.
식이섬유가 필수 영양소가 아니라는 것과, 식이섬유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서로 다른 이야기다.
식이섬유는 다음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 불용성 식이섬유는 장내 미생물의 먹이가 되어 유익균을 증식시키고 변의 부피를 늘려 배변을 돕는다.

▶ 수용성 식이섬유의 경우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낮춰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며 당의 흡수속도를 늦추어 혈당 상승 속도를 완만하게 하고 포만감을 느끼게 하여 체중 조절을 돕는다.

즉,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요소는 맞다. 다만 “많을수록 무조건 좋다”거나 “반드시 많이 먹어야 한다”는 식의 단순한 접근은 주의가 필요하다.
우리가 생각해 볼 점
사람마다 장 상태도 다르고 식습관도 다르다.
어떤 사람은 식이섬유를 늘렸을 때 속이 편해지지만, 어떤 사람은 오히려 복부 팽만이나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절대적인 기준보다 자신의 몸 상태에 맞는 균형이다.
건강 정보는 종종 한쪽 방향으로 과장되어 전달되기도 한다. 그래서 하나의 주장만 듣기보다는 다양한 자료를 살펴보고 스스로 판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식이섬유는 분명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성분이다. 하지만 필수 영양소라는 개념과는 다르며, 섭취량이나 필요성은 개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건강에 대해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한 가지 음식이나 영양소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 것이다.
몸의 반응을 살피면서 균형을 찾는 것이 결국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