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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금융의 혁신,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이란 무엇인가? 디지털 달러의 확산, 새로운 금융 질서의 시작

docall 2025. 10. 12. 11:31


변동성의 시대, 새로운 돈의 등장

가상화폐 시장은 늘 극단적인 변동성으로 대표된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하루에도 수십 퍼센트씩 오르내리며 ‘디지털 자산’의 투기적 이미지를 강화했다. 
하지만 최근 등장한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은 이와 정반대의 길을 간다. 
가격이 급변하는 대신 달러나 엔화처럼 안정된 가치를 유지하는 디지털 화폐다.
이제 단순한 투자 수단이 아니라, 글로벌 결제와 송금의 미래 금융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란?

스테이블코인은 말 그대로 ‘안정적인(stable)’ 가치의 코인이다.
예를 들어 ‘1USDT’(테더) 혹은 ‘1USDC’(서클)는 항상 1달러의 가치에 연동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즉, 누군가 1USDC를 발행하려면 실제로 은행 계좌나 안전자산에 1달러를 예치해야 하며, 사용자가 이를 되돌려달라고 하면 1달러를 지급해야 한다.
이런 1:1 교환 약속(패깅, pegging) 덕분에 스테이블코인은 가치가 급등락하지 않는다.
이 점이 바로 비트코인·이더리움과의 가장 큰 차이다.

비트코인은 탈중앙성과 희소성으로 ‘디지털 금’의 역할을 하지만, 실생활 결제에는 불편하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결제, 송금, 금융 거래에 바로 쓸 수 있는 디지털 현금으로 기능한다.

 

기존 금융과의 차이

스테이블코인은 은행 계좌 없이도 3초 안에 송금이 가능하다.
국제 송금처럼 며칠씩 걸리던 거래가 블록체인 네트워크 위에서는 실시간으로 처리된다.
또한 수수료가 기존의 몇 퍼센트 단위에서 0.몇 퍼센트 수준으로 줄어든다.
게다가 24시간 365일 멈추지 않는 결제망이라는 점도 큰 장점이다.

기술적으로는 비트코인과 같은 블록체인 구조를 사용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은 변동성이 없다는 점에서 실생활 결제에 훨씬 적합하다.

 

대표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와 서클(USDC)

현재 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스테이블코인은 테더(USDT)와 서클(USDC)이다.

▶ 테더(USDT)

 


2014년에 등장한 가장 오래된 스테이블코인이다.
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지만, 과거 미국 규제당국으로부터 “준비금이 1:1로 보유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으며 신뢰 논란이 있었다.
이후 개선 노력을 통해 100% 이상 담보를 유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준비금 일부를 금이나 비트코인 등 비달러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어 완전한 규제 친화형은 아니다.
주로 아시아 시장에서 많이 사용된다.

▶ 서클(USDC)

 


미국 기업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으로, 100% 달러 예금과 미 국채로만 구성된 담보를 유지한다.
미국 규제 기관의 기준을 충족하고 있으며 가장 투명하고 안정적인 스테이블코인으로 평가받는다.
북미와 유럽에서 주로 사용된다.

결국 USDC는 ‘안전한 디지털 달러’, USDT는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실용형 달러’라고 구분할 수 있다.

 

미국이 스테이블코인을 밀어붙이는 이유

미국이 스테이블코인에 적극적인 이유는 단순히 기술 혁신이 아니다.
경제적·지정학적 목적이 분명하다.

▶ 경제적 이유
테더나 서클 같은 발행사는 미국 국채를 대량으로 매입한다.
현재 이들의 보유 규모는 일부 국가보다 많을 정도다. 즉,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국채의 새로운 수요처이자 달러 패권을 강화하는 도구가 되고 있다.

▶ 지정학적 이유
중국이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를 빠르게 확산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민간 주도의 스테이블코인으로 디지털 금융 패권을 선점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중 약 95%가 달러 기반이다.
디지털 금융 시대에도 달러 중심 체제를 이어가겠다는 의미다.

 

 

중국의 대응 : CBDC와 홍콩 스테이블코인

중국은 스테이블코인 대신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즉 DCEP(디지털 위안) 개발에 집중해왔다.
2014년부터 연구를 시작했고, 현재는 주요 도시에서 실생활 결제 테스트가 완료된 상태다.
또한 석유 결제 등 일부 국제 거래에도 디지털 위안을 시범 도입하며, 미국 중심의 결제망(SWIFT) 의존도를 낮추려 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이 ‘투트랙 전략’을 택했다는 것이다.
본토에서는 중앙은행 화폐(DCEP)를 밀고, 홍콩에서는 민간형 스테이블코인 시범사업을 허용했다.
즉, 국가 통제와 시장 실험을 병행하는 것이다.

 

남은 과제들

스테이블코인이 금융의 표준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 명확한 국제 규제 기준 부재
미국, 유럽, 홍콩, 일본 등은 각각의 규제 틀을 만들고 있지만, 아직 국제 공조나 표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 투명한 담보 구조
스테이블코인은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발행사는 어떤 자산을 얼마만큼 보유하고 있는지 주기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 보안 문제
블록체인 자체는 해킹이 거의 불가능하지만, 거래소나 개인지갑이 공격받는 사례는 많다. 따라서 사업자에게 요구되는 보안 등급과 책임 규정이 법적으로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

▶ 사고 시 배상 책임
사용자가 송금 주소를 잘못 입력하거나, 시스템 오류로 송금이 누락된 경우 누가 배상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

 

 

각국의 대응과 한국의 방향

각국 정부가 자국 스테이블코인을 서두르는 이유는 통화 주권 때문이다.
만약 모든 국민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쓰게 된다면, 자국 통화 정책은 무력화된다. 그래서 일본, 유럽, 심지어 한국까지도 자국 화폐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검토 중이다.

한국의 경우 달러처럼 기축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국제 결제보다는 AI 시대의 디지털 생태계 결제수단으로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예컨대 AI 에이전트 간 자동 거래(A2A, Agent-to-Agent) 환경에서 ‘한국형 디지털 현금’ 역할을 하려는 것이다.

 

디지털 달러의 확산, 새로운 금융 질서의 시작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암호화폐가 아니다.
이는 국경을 넘어 흐르는 새로운 형태의 달러, 그리고 디지털 금융 패권의 도구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 각국의 통화 주권 수호 노력 속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앞으로의 10년을 정의할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단지 새로운 코인이 아니라, ‘돈’이라는 개념 자체가 바뀌어 가는 과정이다.